[column of the week] 美, 中과의 무역적자 줄이기 '멀지만 가야할 길'

입력 2018-05-31 17:12  

제이슨 퍼먼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美, 中에 2천억弗 흑자감축 요구
中, 미국산 수입 확대 약속했지만
단기간에 흑자감축 쉽지 않아

美가 해야할 일은

中에 시장 기반한 환율준수 압박
불공정 관행에는 강력한 비판
中을 '거대한 생산자'가 아닌
'주도적 소비자'로 개혁시켜야



[ 주용석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힘겹게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 같다. 백악관은 중국에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2000억달러 줄이라’고 요구했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친다. 사실 미국과 중국이 정말 그 정도로 무역흑자(혹은 적자) 규모를 조정하고 싶어도 단기간에 그렇게 할 순 없을 것이다.

중국의 대외 불균형은 과거 수십 년간 급격히 완화됐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만 봐도 그렇다. 중국은 2000년대 초 경제 개혁을 하고 국제 무역 시스템에 편입됐는데, 당시 제로(0)나 다름없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2007년 7%로 뛰었다.

놀라운 수치였다. 세계 경제에서 단일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적어도 40년 만에 최대였다. 상당 부분 위안화 저평가에 기반을 둔 거대한 수출은 세계적인 ‘중국 쇼크’로 이어졌다.

다른 각도로 보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 저축과 국내 투자의 차이다. ‘쇼크’ 기간 중국의 총저축은 GDP의 36%에서 51%로 수직상승했다. 이는 통상 15~30% 정도인 다른 신흥시장 저축률보다 월등히 높다.

백악관의 (대미 무역흑자를 2000억달러 줄이라는) 요구는 이런 상황 변화를 간과하고 있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GDP의 1.4%로 떨어졌다. 2023년에는 이 비율이 0.6%로 낮아질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예상했다. 실제 숫자는 이보다 좀 더 클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분명하다.

우선 중국의 (무역수지) 재균형은 국내 투자가 증가한 요인이 큰데, 이 대목은 걱정스럽다. 어떤 나라도 그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없다. 특히 중국에서 투자는 비효율적이고 왜곡된 국영기업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2010년 이후 내수 소비로 (경제의 중심을) 이동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이는 부유하고 자신감 넘치는 소비자가 주도했다. 중국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확대한 것도, 중국인들이 미래 불안에 대비해 저축할 필요를 덜어줌으로써, 소비 확대에 일부 기여했다. 소비는 2014년 이후 중국 경제성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소비 증가와 인구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저축률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라’는 (국내의) 정치적 압박을 거부했다. 2007~2016년 위안화 가치는 40% 절상됐다. 그 결과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수입이 급격히 증가했다.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도 급격히 낮아졌다.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아직도 왜 이렇게 막대한 적자를 낼까.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상품수지만 따지면 3760억달러, 서비스수지까지 감안해 따지면 3370억달러였다. 이는 어느 정도까지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은 (미국) 아이폰 조립을 위해 한국산 디스플레이를 수입한다. 조립된 아이폰이 미국에 수출될 때는 한국산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아이폰 가격 전체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잡힌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 부가가치 기반으로 평가하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1000억달러가량으로 줄어들 것이다.

중국이 완제품 수출을 많이 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중국은 독일 같은 나라와의 무역에선 적자를 보고 있다. 이는 어느 나라건 무역균형은 대부분 국내 정책으로 설명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럼 뭘 해야 할까. 미국이 중국에 압박해야 할 건 투명하고 시장 원리에 기반한 환율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중국이 외국인 투자를 공정하게 대하도록 해야 한다. 이 분야에서 중국은 지난 수년간 퇴보했다. 여기엔 외국 기업의 기술을 얻기 위해 중국 기업과의 합작을 강요하는 행태가 포함된다. 해외 투자가 늘면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완만하게 감소한다.

중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 국내 개혁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령 정부가 의료 지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면 중국인들은 미래를 덜 불안하게 느끼게 되고, 그 결과 저축이 줄어들 것이다. 국영기업에 배당을 늘리도록 하면 비효율적인 기업에 대한 금융 압박을 높일 수 있는 동시에 소비를 늘릴 수 있다. 예금금리 인상을 포함해 금융시장 자유화를 계속하면 가계소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은 더 이상 ‘대중 무역적자 2000억달러 감소’라는 목표에 협상 자원을 낭비해선 안 된다. 대신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정당한 비판에 대화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상당 부분 중국 내 개혁을 필요로 한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단지 거대한 생산자가 아니라 주도적인 소비자가 되도록 하는 개혁 말이다. 그런 개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원제=Don’t Get Distracted by the Trade Deficit With China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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